[편스토랑]꼬막에 빠진 빨간밥
때는 1월 초의 무지무지 바쁜 퇴근길 (밤)
집에 해놓은 밥도 반찬도 없고,
연일 늦게까지 근무를 해서 피곤함이 최대치를 찍은 상태였어요.
얼른 집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어서
가까운 CU로 향했드랬죠
그곳에서 발견한
편의점에서 보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한 도시락의 정체
꼬막에 빠진 빨간밥이었습니다
전 사실 편스토랑이 뭔지도 모르지만
사진에 홀려서 눈길이 갔어요.
전 반찬 중에서도 어릴 때부터 꼬막무침을 정말 좋아했어요.
손 많이 가고, 맛있기 어렵고 무쳐 놓으면 금방 홀랑 없어지니까
집에서 잘 해 주시진 않고 늘 사먹었는데요.
어디에서 사먹어도 맛있다고 느낄 만큼 좋아했어요.
자취를 하고 나서는 반찬가게에서 사다 먹지 않고 거의 모든 요리를
직접 해서 먹다 보니 꼬막무침을 먹은 지가 정말 오래되었어요.
백반집엘 가도 꼬막무침을 내주는 곳은 잘 없더라고요.
누가 주면 잘 먹지만 막상 먹은 지는 오래된 꼬막무침
간편한게 꼬막밥을 먹을 수 있다니..!
꼬막덕후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자세한 설명조차 읽지 않은 채
이것을 사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안녕? 너 정말 맛있어 보이는구나
부시럭부시럭
뜯기
?!
그랬어요. 한번에 만들어져 있는 상품이 아니라
밥을 뜯고, 소스랑 참기름을 비벼서 데워 먹는 거였어요.
아무 과정도 거치지 않고 렌지에 데워서 식사를 하고 싶었던 저는
설명도 안 읽고 사 온 스스로의 멍청함에 약간 짜증이 났어요.
용기에 밥과 파프리카꼬막 소스를 넣고
종이케이스를 용기에 끼워 데운 후
동봉된 참기름과 마요네즈를 함께 먹으라고 ...
친절하게 적어 두셨네요.
귀찮지만 맛있게 먹는 법 이란 제품개발팀의 피땀눈물이 서린
가장 맛있는 제조법이니까 그대로 따라해 봅니다.
밥위에 소스
조금 많이 매워 보이지만 전 매운 걸 좋아하니까 괜찮겠죠?
뜯으면서 꼬막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조금 불안해졌어요.
4개 정도 들어 있었는데 그 중 1개는 반쪽도 안되는 조그마한 ... ㅠㅠ
어느 정도 비비다가 참기름 투하
너무 적어요. 전 참기름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어릴 때 참기름을 잔뜩 넣어서 밥을 비비면 꼭 한소리를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저는 넣고 싶은 만큼 참기름을 넣어서 밥을 먹을 거예요. 룰루.
저는 어른이니까요. 후후
참기름 한바퀴 추가했어요. 최고 최고 ~~
데워 왔어요.
냠.
매콤하고 계속 당기는 맛이예요.
꼬막은 그리 많이 들어 있진 않지만 추억 속의 꼬막비빔밥 양념 맛이예요.
사실 꼬막 자체도 좋지만 그 양념장에 밥 비비는 것도 무쟈게 좋으니까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근데 반쯤 먹다 보면 매워져요.
그 때 동봉되어 있는 마요네즈를 뜯어요.
사실 여기에 마요네즈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함께 들어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겠죠.
얹어서 먹어봅니다.
전 매운 음식에 마요네즈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처음 알았어요.
아주아주 맛있지는 않고, 만드는 과정이 귀찮지만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다만 파프리카 소스라는 이유를 잘 느낄 수 없었어요.
향이나 맛이나 식감.. 어디에서도 .... 파프리카 너 어딨니?
그리고 꼬막이 조금만 더 들어 있었으면 좋겠어요.